지난 3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8층 다목적 홀에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가 연단에 올라와 이렇게 말했다.
" 자연을 그냥 두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도시 안에서 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
백발의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그는 1996년 파리 국립도서관을 설게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국내에서 이화여대 ECC 설계로 잘 알려져 있는 건축가이다. 그는 "건축가라고 해서 꼭 '건물'을 건축하는 것은 아니다. '조경'을 건축하기도 한다."며 "자연 뿐만 아니라 도시 인프라와 건축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고, 서로 결합해서 한다."고 말했다.
이날의 발표는 서울시가 '서울의 100년 미래 공간 비전'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했던 국제 포럼 'Nexus 서울 Next 100 : 서울이 묻고 세계가 답하다'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페로를 비롯하여 네덜란드의 벤 판베르컬, 독일의 위르겐 마이어, 영국의 토머스 헤더윅 등 세계적인 도시, 건축, 조경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해당 자리에는 세계 건축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포럼 개회사를 맡은 강병근 총괄 건축가는 이렇게 질문했다.
" 여러분은 소비를 위한, 소유를 위한 도시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행복하고 사는 데 좋은 도시를 원하십니까? "
" 오늘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세계의 답을 들으려 합니다."
서울시는 2023년 부터 '서울 100년 미래 도시 및 건축 공간종합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금까지 10년 단위로 도시기본계획을 세워 왔지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오늘날엔 장기적이고 유연한 도시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포럼도 국내외 전문가의 의견을 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됐다.
헤더윅은 "도시를 인간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건물 크기가 작고 다양해서 거리에 활기가 있었지만, 현대 도시는 너무 크고 삭막한 건물로 채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도시가 인간미를 잃어가고 있죠." 그는 건축에 시각적 다양성과 풍부함을 불어넣는 것이 도시를 되살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추진중인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사업'에 헤더의 철학이 녹아든 작품도 있다. 그가 설계한 '어 주얼 포 서울(A Jewel For Seoul)'은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재건축 사업으로, 모래시계 모양의 두 동으로 구성된 독창적인 외관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이 작품을 '서울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페로 역시 같은 혁신사업 공모에 참여했다. 그가 설계한 '서울 트윈픽스(Seoul Twin Peaks)'는 주거, 업무, 문화 복삽시설로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호텔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단조로운 도시 경관에 역동성을 더한 거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서울시는 지난 달 17일부터 '제 3차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사업'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선 1, 2차 공모를 통해 이미 19개의 작품이 선정된 상태이며, 혁신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어 건폐율과 용적률 등의 규제가 완화되고, 건축 및 교통 통합심의 등 행정 절차도 간소화 된다.
서울시는 도시 공간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도시, 건축, 디자인 등 각 분야별 국내외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총괄건축가 파트너스'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색 없고 획일화된 도시를 벗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해외 주요 선진 도시들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 활성활로 시민 삶의 질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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